Intro (인트로)

다크나이트의 인트로는 강렬하다.

단순한 액션씬의 강렬함이 아니다.

Joker (조커)라는 캐릭터란 이런 인물이다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영화 도입부에서는 조커의 부하들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모습을 보이며 시작한다.

내가 얻을것을 네가 해주었고, 두목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기 때문에 나는 너를 죽인다.

정도의 단순한 캐릭터의 묘사이다.

몇 번의 총성과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고 죽이는 단순한 조커의 부하 캐릭터들이 묘사되다가

조커가 등장한다.

살짝 곱슬의 단발머리, 뒷모습만 봐도 조커라고 알 수 있는 비범함이 있다.

조커는 자신의 부하들처럼 단순하지 않다.

굉장히 영특하면서도 기발한 캐릭터로 인트로에서 묘사된다.

나는 버스기사를 죽일거야.

그리고 버스가 은행을 부수고 들어오면서 자신의 부하가 버스에 치여 죽는다.

은행 매니저는 조커에게 외친다.

네가 정의를 알아? 사람들과 협업을 아느냔 말이다.

불의로 인해 자신의 것을 빼앗긴 사람들이 흔히 할 수 있는 말이다.

조커는 단순하게 자기것을 빼앗겨 놓고, 정의라는 말을 거론한 은행매니저에게 다가가서 가면을 벗고 말한다.

사람은 죽을고비를 넘기면 더 해괴해지는 법이지.

여기서 조커가 어떤 성향의 캐릭터이고 얼마나 복잡한 캐릭터인지 너무나도 잘 묘사된다.

영화 도입부에서 이렇게까지 조커라는 캐릭터를 부각시킬수 있었던 비법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 조커의 복잡함과 비범함을 부각하기 위해서 은행 매니저, 조커의 부하들은 굉장히 단순하게 묘사된다.

It’s all about characters

유튜브에서 영화 관련 영상을 보았는데, 기억에 남는 한마디가 있다. (어떤 영상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찾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It’s all about characters

영화는 결국 캐릭터들이 전부이다 라는 말인데 굉장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 캐릭터들을 관객들에게 잘 묘사하는가?
  • 캐릭터가 가진 복잡성을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
  • 캐릭터가 왜 그런 캐릭터를 가지게 되었는가를 관객에게 잘 전달하는가?

등등이 교과서처럼 잘 표현된 영화가 다크나이트가 아닐까 싶다.

다크나이트의 줄거리는 사실 뻔하디 뻔한 내용이다.

배트맨이라는 히어로가 있고, 그 히어로가 조커라는 빌런을 처단한다.

정말 단순하고 전형적인 히어로물의 줄거리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줄거리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다크나이트에 몰입하게 되고

영화 자체에 찬사를 보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나도 세세하고 소름돋을 정도로 현실적으로 묘사된 캐릭터들 때문일 것이다.

다크나이트에 나오는 주요 캐릭터들은 다음과 같다.

  • Bruce Wayne(브루스 웨인) a.k.a Batman(배트맨): 영웅
  • Joker(조커): 메인 빌런, 악당
  • Jim Gordon(짐 고든): 청렴한 경찰
  • Harvey Dent (하비 덴트): 성공 가도를 달리는 검사
  • Rachel (레이첼): 배트맨과 하비 덴트의 연인
  • Alfred(알프레드): 지혜를 가진 배트맨의 나이 든 집사

모두 각자의 캐릭터들마다 특징이 잘 드러나게 묘사되었다.

영화에서는 저 캐릭터는 이런 인물이야! 라고 그 누구도 대놓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러닝타임이 계속 되면서 저 캐릭터는 어떤 부류이고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된다.

이 캐릭터들 중 배트맨과 조커, 하비 덴트를 분석해 보겠다.

Bruce Wayne (브루스 웨인) a.k.a Batman (배트맨)

브루스 웨인은 어린시절 강도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 이후로 마음속에 어둠이 자리 잡힌다.

그렇게 청년이 된다.

부유한 집안인 웨인가의 아들로써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아버지를 죽음을 목격한 아이에게 생긴 내면의 어두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알프레드라는 지혜로운 집사 덕에 아버지에게 물어볼 만한 질문들을 하며 자라날 수 있었다.

알프레드라는 집사는 브루스 웨인을 조커처럼 악당으로 만들지 않게 된 중요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영화에서 배트맨은 영웅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그는 말 그대로 어둠의 기사 (Dark Knight)로 표현된다.

물론 다른 영웅들도 모두 사람이고 각자가 가진 어두운 면이 있겠지만, 마블에서 나오는 영웅들의 표현법처럼 배트맨을 단순히 멋있게 묘사하진 않는다.

그는 남들에게 영웅으로써의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배트맨이 된 것이 아니다.

자신이 겪었던 너무나도 끔찍한 사건들을 남들이 겪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에 자발적으로 악당들과 맞서 싸운다.

어떻게 보면 끔찍한 사건을 겪음으로써 미치광이로 변한 조커와는 너무나도 대비되는 캐릭터이다.

배트맨의 내면에도 엄청난 어두움이 있다.

브루스는 그 어두움을 광기로 만들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선함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배트맨은 내면의 어두움을 선함으로 승화시키는 캐릭터이다.

💡 영화에서 배트맨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로 표현된다

Joker (조커)

조커는 어린시절 아버지의 학대로 끔찍한 일을 겪으며 유년시절을 보낸다.

한 줌의 희망조차 가질 수 없었던 환경에서 조커는 결국 미치광이로 변한다.

단순한 미치광이가 아닌 자신의 광기에 논리적인 철학이 있다.

남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저 아래의 밑바닥을 경험한 사람이 죽지 않고 생존(survive)하게 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들을 그렇게 승화시켰다. 맨정신으로는 버틸 수 없는 현실이 결국 그를 철학적인 미치광이로 만들어 버렸다.

조커는 세속적이지 않다. 다르게 표현하면 세속의 범위를 넘어선 순수한 광기를 유지하는 캐릭터이다.

따라서 돈을 갈망하며 자신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단순한 악당들과는 다르다.

조커는 돈보다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한다.

조커라는 캐릭터가 왜 조커가 되었는지, 그로인해 그가 하려고 하는 일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메시지이다.

조커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처럼 어둠에 잠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이 부분은 범죄자들의 합리화 혹은 보상심리를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에서 조커는 신원불명으로 표현된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모든 사람들이 조커처럼 어두운 마음, 광기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 영화에서 조커는 특정한 인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어두운 내면으로 표현된다

Harvey Dent (하비덴트)

영화 초기에서 하비 덴트는 성공가도를 달리는 검사로 표현된다.

레이첼이라는 멋진 여자친구를 둔 성공한 남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세상의 불의에 맞서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캐릭터로 영화 초반에는 표현이 된다.

하지만 하비 덴트는 조커의 계략으로 인해 Two-Face(투페이스)로 변한다.

그가 가진 별명 그대로 선함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50:50 의 캐릭터로 변모하게 된다.

선하게 자라난 사람들이 악함을 겪게 되면서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게 되는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많은 것을 잃은 하비는 자신의 기준으로 정의를 구현하려고 한다.

동전을 던져서 사람의 목숨을 운명에 맡기고 운에 따라서 악당들을 처단한다.

대부분의 선한 사람들이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아픔을 겪었을 때에 느끼는 허망함과

그로인해 보여지는 광기를 하비 덴트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너무나도 잘 표현했다.

💡 영화에서 하비 덴트는 열심히 선하게 살아 왔지만, 결과는 참담함 뿐인 사람들이 가지는 보상심리로 표현된다

Conclusion

다크나이트의 주된 캐릭터는 배트맨이 아니라 조커라고 생각한다.

너무나도 강렬하게 조커를 잘 연출했고,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Heath Ledger)라는 배우의 연기가 소름돋을 만큼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조커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잘 연출할 것이가에 초점이 맞추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고로 이 영화는 단순한 히어로물이 아닌, 캐릭터들의 고유함을 잘 표현해 내면서 히어로물의 바운더리에서 멋지게 벗어난 영화가 아닐까 싶다.

관객에게는 조커라는 인물이 왜 광기를 가지게 되었으며,

왜 잃을 것이 없는지에 대한 사전지식이 너무나도 잘 전달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써 조커라는 인물이 광기를 가지고 저지르는 미친 행동들이 그의 과거와 일맥상통함이 느껴지면서 관객들은 조커를 이해하게 된다.

만약 조커가 돈을 목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면 관객들은 흥미를 잃을 것이다.

조커라는 인물이 겪은 사건들로부터 만들어진 순수한 광기만 남은 조커라는 인물은 세속적인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배트맨과 조커는 모두 순수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배트맨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자경단으로 활동하지 않는다.

조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악당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의 순수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또한, 배트맨과 조커라는 순수한 인물 사이에서 중간적인 캐릭터를 담당한 하비 덴트(Two-Face)라는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 위주의 영화가 더 잘 표현된 것이 아닌가 싶다.

다크나이트는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이라는 감독이

단순한 히어로 이야기를 바탕으로 선보이는

복잡한 인류의 선과 악의 철학의 종합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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