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최근에 여러가지 이유로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 분들을 만나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극 초기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는 가지각색이었다.

세세한 이유는 그렇지만, 공통적인 범주는 내가 갈망하는 것으로 인해 세상을 바꿔보겠다 라는 생각들 이었던 것 같다. 그로 인해 스타트업 창업자 분들에게는 모두 비슷한 동질감이 느껴지면서도, 모두 비슷한 불안감들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다.

현실과 꿈 사이

초기 스타트업이 시작되고, 미션을 가지고 일을 시작한다.

모두 각자의 꿈이 있다. 현재 굴러가고 있는 세상의 이치를 중간에서 한번 끊고, 내가 갈망하는 무언가를 실현하여 원하는 것을 해보고 싶어 한다.

그럴 가능성을 보고 모두 스타트업을 시작한 것 같다.

그렇다면 바꾸고 싶은 현실과 나의 꿈 사이를 좁혀야 한다.

시장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자본주의로 이루어진 현 시장은 꿈보다는 현실적인 이유들에 이끌려 더 많이 형성되고 움직인다. 자본이 움직이는 쪽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시장보다는 이미 이루어지고 돈이 많이 몰리는 쪽이다.

스타트업들은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

소위 PMF (Product Market Fit)이라고 하는 시장 안에서 내 프로덕트의 위치 찾기 를 먼저 잘 해야 한다.

이런 부분들에서 나의 생각들을 현실화 하여 프로덕트화 하고, 그것을 세상에게 알리는 데에는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는 예술가들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스타트업은 예술가 집단

내가 어려서 부터 본 예술가들의 스케일업은 다음과 같다.

  • 로컬 (동네) 에서 시작한다
  • 동네에서 매니아 층에게 인정 받고, 그들에게 바이럴을 탄다
  • 이제 동네를 넘어서서 국가간 매니아 층이 생긴다 (현재는 인터넷의 발달로 이것의 순서가 먼저 일 수 있다)
  • “좋아서 했던 순수한 것”이 “자본이 붙고, 투자가 붙으면서 제품화”되기 시작한다

자 여기까지만 되어도 일단 행복한 고민입니다.

결론적으로

  • 내가 만든 것을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생기고
  • 그것에 대해 자본이 따라붙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갈래가 생깁니다.

  • 나는 자본에 이끌려서 어느정도 타협을 볼 것 인가?
  • 아니면, 나는 자본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택하여 조금 배고프지만 나만의 길을 갈 것인가?

제가 예를 드는 두 밴드(band)는 이 갈래를 잘 보여주는 예시일 듯 합니다.

Radiohead와 Muse입니다.

라디오헤드와 뮤즈는 초기음반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결이 같은 음악입니다.

Alternative Rock 기반으로 시작하여 영국 특유의 우울함과 곡 전체를 아우르는 아름다운 구성으로 인정받은 밴드들입니다.

사실상 라디오헤드가 뮤즈보다 먼저 그 길을 개척했다고 볼 순 있으나, 서로의 세부적인 스타일이 많이 다르기에 누가 누구를 배꼈고 따라했다고 표현하지는 않겠습니다.

Radiohead

라디오헤드의 톰요크는 락음악으로 성공을 했지만, 결론적으로 락음악을 싫어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몇몇 대중은 아마 라디오헤드가 얼터너티브 락의 원조격으로 생각되어 그들이 그러한 락음악을 계속해서 했으면 좋았다고 생각했을 것 입니다.

하지만 라디오헤드의 추후 음반들은 밴드 기반의 락음악이 아니었습니다. 전통적인 락의 틀을 벗어던지고 Drum Machine 등을 사용하여 자신들만의 아방가르드한 음악으로 탈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의 전체적인 틀은 바뀌었으나, 멤버가 바뀌거나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기에 모두가 자신이 맡은 악기파트들을 그대로 소화합니다.

초기 얼터너티브락 음반인 OK Computer

락적인 요소를 깨끗하게 벗어 던졌으나, 이것마저 성공한 음반인 Kid A

Muse

뮤즈는 Devon에서 결성되어 1집은 정말 라디오헤드스러운 음반입니다. Showbiz라는 음반인데 조금 더 파워풀한 라디오헤드라고 표현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2집은 그들만의 파워풀한 기타 리프와 호소력을 더 살린 음반입니다. 여기에서 그들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라디오헤드 따라쟁이라고 별명이 붙었던 밴드가 자신만의 음악으로 세상에게 널리 알려집니다.

Origin Of Symmetry 라는 음반입니다.

뮤즈의 3집부터는 정말 대중을 많이 고려하고 만든 음반들로 제게는 해석됩니다.

그들의 음악적 뿌리는 여전하지만, 예술적인 시도보다는 조금 더 대중스러운 곡들로 히트를 치기 시작합니다.

추후 음반들도 대중성을 고려하여 조금 더 대중이 듣기 좋은 아름다운 선율에 집중합니다.

물론 그들의 뿌리인 파워풀한 기타 리프와 호소력 짙은 곡 구성은 여전하고, 보컬 및 기타를 소화하는 매튜벨라미의 천재적은 연주력은 여전합니다만, 예술성은 잘 모르겠습니다.

초기 파워풀하고 독창적인 리프로 사랑받았던 Origin Of Symmetry

조금 더 대중에게 다가간 Absolution

두 밴드 모두 결론적으로 그들만의 발자취를 남기고 영국에서 엄청나게 인정받는 음악가들로 현재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성공을 한 뒤 성공에 목 매달지 않고 자신들의 음악을 꾸준히 개척해 나간 Radiohead. 성공을 한 뒤 성공에 목매달진 않았지만 조금 더 대중스러운 음악들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는 Muse. 두 밴드 모두 비판할 순 없습니다. 또한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그들에게 뭐라고 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선택이었고 그 선택을 멋지게 증명해 낸 밴드들이니까요.

스타트업의 테크트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어느 정도 바이럴을 타고, 대중성을 인정받게 될때에 대중에게 다가갈 것인가? 아니면 조금 더 예술가스러운 불가능에 도전할 것 인가?

아마 애플은 스티브 잡스라는 예술가 덕분에 대중에게 인정받았지만 불가능에 다가가는 예술가스러운 면모들을 보였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떠나고 난 뒤, 대중성만 남고 예술성은 남지 않은 그런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지만요.

시장안에서 마켓핏을 찾는 것 조차 사실 레드오션인 현재 IT업계에서는 힘든 일입니다.

여기에서 J커브를 그리면서 살아남으면 기회라는 것이 열립니다.

선택권이 생깁니다. 힘이 생깁니다. 자본이 따라 붙습니다. 그 자본력을 보고 사람들이 몰립니다.

여러가지 문제들도 함께 생겨납니다.

추신

가끔가다보면 커피챗을 상담소로 생각하는 창업자 분들이 있습니다.

경험이 있으니 이 정도는 물어봐도 되겠지? 하면서 돈을 내고 컨설팅을 하는 정도의 질문들을 꽤나 하십니다.

당황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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