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강조하는 기업들이 꽤나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그런 기업에서 일 해 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과연 정말 수평적이라고 느껴지셨는지 궁금합니다.

조직은 애초에 조직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곳에 나타나는 모습부터가 절대 수평적이지 않습니다. 헤드 (CEO)부터 시작되어 각 팀별로 가지를 뻗치고, 그 팀 별 헤드 (팀 리드 혹은 팀장 혹은 파트장)부터 시작되어 다시 아래로 가지치기를 해 나갑니다.

애초에 조직도라는 것 부터 수평적일 수가 없다는 것 입니다. 이러한 조직도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수직 조직도이죠. 정말 수평적인 조직이라면 이런 수직적인 조직도 조차 쓰지 않아야 합니다. 각자의 직급을 없애고 서로에게 정말 수평적이려면 말이지요.

뭐 저는 조직문화 담당자도 아니고, HR 팀에서 일하는 사람도 아니다보니, 제가 경험한일들만 적어보고 한번 마무리 지어보겠습니다.

제가 있었던 수평적인 조직이 어떻게 불편함만 남은 조직으로 변화하는지에 대한 경험담입니다.

1. 소규모 조직에서 수평적인 문화로 일을 시작한다.

좋습니다. 굉장히 좋아요. 소규모 조직에서는 수평적일 수 있습니다. 각자가 CEO가 되기도 하고 CMO가 되기도 하고 프로덕트 오너가 되기도 합니다. 내가 개발자이지만 회사 트위터 계정에 홍보 글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한 시점에서는 수평적인 문화가 맞아떨어집니다.

참 좋은 good old days라고 표현하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2. 규모가 커진다. 다른 회사를 경험한 경력자들이 들어온다.

회사가 투자를 받거나, 수익이 나기 시작하면서 이제 대/중/소규모 각자의 채용들을 시작합니다.

이 시기에는 경험이 많은 사람들을 위주로 각 직군마다 채용을 하기 시작합니다.

회사의 가능성을 보고 여러 경험을 하신 분들이 채용에 지원을 하고 그 중 핏이 맞는 분들을 찾아서 최종 합격을 드립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이제 일을 함에 있어서, 자신의 분야에 대한 바운더리가 서게 됩니다.

팀이란 개념이 직접적으로 생겨납니다. 이 시기부터 수평적인 문화를 조직의 단상으로 내세우게 된 기업에서는 문제들이 조금 조금씩 자라나는 씨앗이라는 것을 키우게 됩니다.

아직까지는 서로가 이빨과 손발톱을 드러내면서까지 자신의 ego를 내세우진 않습니다.

아직까지 각 팀의 규모가 크지 않고, 서로가 바라보는 최종 goal이 비슷하기 때문이겠지요.

3. 규모가 더 커진다. 이제는 대기업 형태의 수직문화를 누구나 느끼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회사가 많이 성공한 것입니다. 박수를 쳐야 할 것 같은데, 뭔가 분위기는 불편함만 남은 조직이라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예전의 good old days를 그리워하는 장기 근속자들이 한두명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아, 우리 기업은 원래 그렇지 않았는데”, “아 우리 기업이라도 이러면 안되는 것 아니야?” 등등 하소연을 하는 분들이 생깁니다.

결론적으로 CEO등 C급들은 박수를 칩니다. 사실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젊음을 바쳐가며 성공한 회사에게 어떻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좋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이제 층 (layer)이 생기게 됩니다. 부정하든 긍정하든 “사측”과 “사측이 아닌 사람, 즉 일반 직원”이 생깁니다.

“사측”은 C-level 임원진, 그리고 각 팀의 팀리드 혹은 파트리드를 나타냅니다.

결론적으로 문화적으로 불편함을 없애려고 정치적으로 주도하는 C레벨 임원들과 그들로부터 하달을 받아 실행하는 팀리드들입니다.

자, 다시 층 이야기로 돌아와 보시죠. 여기서 층이라는 것은 atmosphere layer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 합니다.

그들이 머리를 통해서 느끼는 분위기와 실무자들이 몸을 통해서 느끼는 분위기가 굉장히 상이합니다.

이때 쯤 부터 그들과 실무자들간의 면담이 시작됩니다. 벌써 큰일이 난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실무자들의 ego와 리드들의 ego가 부딪힙니다. 누군가 불만을 갖기 시작합니다. 분위기가 더 안 좋아 집니다.

자 위의 1부터 3까지가 제가 경험한 이야기들입니다.

사실 많은 부분은 공식적인 글에서는 올리기 힘들정도로 각자의 사적인 부분들도 많아서 축약했습니다.

수평적인 기업은 없습니다.

누군가 링크드인에 비슷한 의견을 올렸었는데, 찾게 된다면 첨부해 보겠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수평적인 기업은 없습니다. 규모가 커지게 된다면 말이지요.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이중적인 잣대로 들이밀게 되면 실무자들은 실망합니다.

대신 진심이 전해지는 기업은 존재 할 수 있습니다.

수평적이지는 못해도 서로가 진심을 다하는 기업은 존재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이 전해지려면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정치적인 행동들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실 이 또한 힘든 점 입니다. 인간이란 무릇 욕망을 가지고 태어났고, 그 욕망을 잘 다스릴줄 아는 분들만 모이면 사실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스케일업이 생기면서 나타나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게 움직이게 만드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달려있습니다.

스케일업이 된 순간부터 조직문화의 핵심은 그 “권한을 가진 사람”의 역량입니다.

그 분들의 역량이 스케일업이 된 조직원 수 만큼 수용할 수 없으면 그 팀은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자신이 스페셜리스트가 아니고 팀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맡은 직군의 공부보다 철학, 종교 등 다양한 인문학적인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없는데, 어떻게 조직에 대한 이해를 하고 그 문화를 이끌어 나가려 하시는지요?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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